걷기와 달리기는 같은 동작의 강약 차이가 아닙니다. 두 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지는 구간이 생기는 순간, 몸은 에너지를 쓰는 방식 자체를 바꿉니다. 그러면 부담을 받는 조직이 옮겨가고, 아픈 자리도 따라서 옮겨갑니다.
양산 호랑이부부한의원 대표원장,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정범환입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걸을 땐 아무렇지도 않은데, 뛰기 시작하면 종아리가 당겨요. 그런데 평소 아프던 무릎은 오히려 괜찮고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예상되는 일에 가깝습니다.
달리기는 걷기를 빨리 한 것이 아닙니다
걷기에는 두 발이 동시에 땅에 닿아 있는 구간(이중지지)이 있습니다. 어느 순간에도 한 발은 반드시 지면에 있습니다.
달리기에서는 이 구간이 사라지고, 대신 두 발이 모두 공중에 떠 있는 구간이 한 주기에 두 번 생깁니다. Novacheck가 Gait & Posture에 발표한 리뷰(1998)는 바로 이 지점을 걷기와 달리기를 가르는 경계로 봅니다.
근육이 켜지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Cappellini 등이 Journal of Neurophysiology에 보고한 연구(2006)에서는 걷기에서 달리기로 넘어갈 때 근육 활성의 크기뿐 아니라 켜지는 타이밍 자체가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걷기에 쓰던 근육을 달릴 때 더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순서와 역할이 다시 짜입니다.
진자에서 스프링으로
걷기는 진자 운동에 가깝습니다. 위치에너지가 높을 때 운동에너지가 낮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에너지가 서로 엇갈리며 주고받기 때문에 효율이 유지됩니다.
달리기에서는 두 에너지가 같은 위상으로 움직입니다. 엇갈림이 없으니 주고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몸은 다른 방법을 씁니다. 힘줄을 늘였다가 되돌리며 탄성 에너지를 저장하고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같은 리뷰는 이를 포고스틱에 비유합니다.
부담의 성격이 바뀝니다. 아킬레스건에 걸리는 힘은 체중의 6~8배, 슬개대퇴 접촉력은 7~11배로 추정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달리기에서는 부담이 근육에서 힘줄과 그 부착부 쪽으로 옮겨갑니다.
아픈 자리가 옮겨가는 이유
몇 가지가 겹칩니다.
첫째, 달리기에서는 다리를 앞으로 뻗은 뒤 착지 직전에 고관절이 다시 펴집니다. 걷기에는 없는 동작이고, 이때 햄스트링이 늘어나면서 버팁니다. 뒤허벅지 통증이 뛸 때 유독 나타나는 배경입니다.
둘째, 흡수해야 할 충격은 커지는데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듭니다. 같은 리뷰는 달리기에서 착지 충격을 걷기의 약 3분의 1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셋째, 그 충격을 나눠 받는 조직이 정해져 있습니다. 아킬레스건, 족저근막, 대퇴사두 신전기구, 고관절 외전근입니다. 저자는 이 목록이 장거리 주자에게 흔한 손상 부위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같은 다리라도 걸을 때 부담을 지는 조직과 뛸 때 부담을 지는 조직이 다르기 때문에, 아픈 자리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언제 아픈지를 함께 봅니다
그래서 저는 "어디가 아프십니까"만 여쭙지 않습니다. 걸을 때인지 뛸 때인지,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속도를 올릴 때인지를 함께 확인합니다.
같은 무릎 통증이라도 걸을 때만 아픈 분과 뛸 때만 아픈 분은 부담을 견디고 있는 조직이 다릅니다. 자연히 살펴야 할 자리도 달라집니다.
다만 아래에 해당한다면 진료가 먼저입니다.
쉬고 있을 때도 통증이 이어지는 경우
뼈의 특정 한 지점을 누를 때 정확히 아픈 경우
밤에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
다리 저림이나 힘 빠짐이 동반되는 경우
부종, 발열, 체중 감소가 함께 있는 경우
통증의 위치만큼이나 통증이 나타나는 상황이 중요한 정보입니다.
몸이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픈 곳이 옮겨 다닌다고 해서 원인이 여러 개인 것은 아닙니다. 두 동작이 서로 다른 조직에 일을 시키고 있을 뿐입니다.
달리기를 막 시작한 분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걷기로 다져둔 조직과 달리기가 요구하는 조직이 반드시 같지는 않습니다. 그 간극이 좁혀지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왜 여기가"라는 질문 앞에서, 답은 대체로 그 자리가 아니라 그 동작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걸을 땐 괜찮은데 뛰면 아픈 게 정상인가요?
A. 두 동작이 다른 조직에 부담을 걸기 때문에 부위가 달라지는 것 자체는 예상되는 일입니다. 걷기는 두 발이 함께 땅에 닿는 구간이 있는 진자 방식이고, 달리기는 두 발이 모두 뜨는 구간이 생기면서 힘줄의 탄성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다만 통증이 반복되거나 쉬어도 남는다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Q. 걷기를 많이 하면 달리기 준비가 되나요?
A. 도움은 되지만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Cappellini 등의 연구(2006)에서 두 동작은 근육이 켜지는 타이밍 자체가 달랐습니다. 달리기에만 있는 착지 직전 고관절 신전 동작처럼, 걷기로는 거의 훈련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Q. 뛸 때 종아리와 발뒤꿈치가 자주 아픕니다. 왜 하필 그곳인가요?
A. 달리기에서 충격을 나눠 받는 대표적 조직이 아킬레스건과 족저근막입니다. 아킬레스건에 걸리는 힘은 체중의 6~8배로 추정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부담이 집중되는 자리라 증상이 먼저 나타나기 쉽습니다.
Q. 신발을 바꾸면 해결되나요?
A.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Novacheck의 리뷰(1998)는 만성 손상의 상당 부분이 착지 순간의 충격보다 중간·후반 지지기의 근육 힘과 관련될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신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남습니다.
Q. 아픈 곳만 치료하면 되나요?
A. 통증이 나타나는 자리와 부담이 걸리는 자리가 늘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걸을 때 아픈지 뛸 때 아픈지에 따라 살펴야 할 조직이 달라지므로, 통증이 생기는 상황을 함께 확인한 뒤 접근 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