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1kg은 무릎에 1kg으로 도착하지 않습니다. 걸을 때 무릎이 받는 압박력은 체중 변화의 약 4배로 증폭되기 때문에, 1kg을 줄이면 한 걸음마다 약 4kg의 부하가 덜 실립니다. 무릎 입장에서 감량은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큰 하중 변화를 만드는 개입입니다.
양산 호랑이부부한의원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정범환 원장입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5kg 정도야 뺀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숫자만 보면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무릎이 계산하는 방식은 체중계와 다릅니다.
무릎은 체중을 그대로 받지 않습니다
서 있을 때는 체중이 거의 그대로 실립니다. 문제는 걷기 시작할 때입니다.
한 발로 몸을 지탱하는 순간, 무릎은 체중뿐 아니라 몸을 앞으로 밀어내는 힘과 균형을 잡느라 수축하는 근육의 장력까지 함께 받습니다. 그래서 실제 관절에 걸리는 힘은 체중보다 훨씬 커집니다.
Messier 등이 Arthritis & Rheumatism에 발표한 연구(2005)에서, 무릎 관절염이 있는 과체중·비만 성인의 보행을 분석한 결과 체중 1단위가 줄 때 무릎 압박력은 약 4단위 줄어드는 관계가 확인되었습니다.
즉 1kg의 감량은 무릎에게 1kg이 아니라 약 4kg의 이야기입니다.
하루 걸음 수를 곱하면 숫자가 달라집니다
한 걸음의 4kg은 대수롭지 않게 들립니다. 그런데 무릎은 한 걸음만 걷지 않습니다.
하루 5,000보를 걷는다면, 1kg 감량은 그 하루에만 수천 번의 걸음에서 반복적으로 부하를 덜어냅니다. 관절 부담은 한 번의 큰 충격보다 반복 누적으로 쌓이기 때문에,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집니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앉았다 일어설 때는 무릎에 실리는 힘이 평지 보행보다 더 커집니다. 이런 동작이 많은 분일수록 체중 1kg의 무게가 다르게 작용합니다.
무릎에 중요한 것은 하중의 크기 하나가 아니라, 그 하중이 하루에 몇 번 반복되는가입니다.
감량은 통증 위험 자체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부하가 줄면 통증도 줄어드는지, 이 부분에도 연구가 있습니다.
Felson 등이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한 프레이밍햄 연구(1992)에서, 여성의 경우 체질량지수 2단위(성인 여성 기준 약 5kg)에 해당하는 감량이 있었을 때 증상을 동반한 무릎 관절염 발생 위험이 절반 이하로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이 결과가 모든 분에게 같은 정도로 적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미 진행된 관절 상태, 근력, 활동 습관에 따라 반응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체중이 무릎에 대해 우리가 조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요인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무릎이 아플 때는 감량의 순서가 다릅니다
여기서 흔한 딜레마가 생깁니다. 무릎이 아파서 운동을 못 하고, 운동을 못 하니 체중이 늘고, 체중이 느니 무릎이 더 아픕니다.
이럴 때 운동 강도부터 올리는 방식은 잘 굴러가지 않습니다. 무릎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기면 통증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점은 근육입니다. 급하게 체중만 줄이면 무릎을 붙잡아주는 대퇴사두근까지 함께 빠져, 하중은 줄었는데 관절을 지지하는 힘도 같이 줄어드는 상황이 생깁니다.
체중 숫자만 겨냥하기보다, 근육량을 지키면서 무릎이 감당할 수 있는 활동 범위 안에서 조절해가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무릎이 아픈 분의 감량은 속도보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감량보다 검사가 먼저인 경우
다음에 해당한다면 체중 조절 이전에 무릎 상태부터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무릎이 눈에 띄게 붓고 열감이 있는 경우
쉬고 있을 때나 밤에도 통증이 이어지는 경우
무릎이 갑자기 걸리거나 잠기는 느낌이 드는 경우
다친 뒤 체중을 싣기 어려운 경우
발열이나 원인 모를 체중 감소가 함께 있는 경우
자주 묻는 질문
Q. 1kg 빼는 게 정말 의미가 있나요?
A. 무릎 기준으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Messier 등의 2005년 연구에서 체중 1단위 감소가 보행 시 무릎 압박력 약 4단위 감소와 연결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한 걸음에 약 4kg이 하루 수천 걸음 동안 반복되기 때문에 누적 차이가 생깁니다.
Q. 몇 kg을 빼야 통증이 달라지나요?
A. 일률적인 기준선은 없습니다. 참고할 만한 자료로는 프레이밍햄 연구(Felson 등, 1992)가 있는데, 체질량지수 2단위 정도의 감량에서 증상성 무릎 관절염 위험이 절반 이하로 낮아진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현재 관절 상태와 근력에 따라 체감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무릎이 아파서 운동을 못 하는데 어떻게 빼나요?
A. 이 경우 운동 강도부터 올리는 순서는 잘 맞지 않습니다. 무릎이 감당 가능한 활동 범위를 먼저 확인하고, 식이와 생활 조건 쪽 조정을 함께 가져가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무릎 통증 자체에 대한 관리가 병행되어야 활동량을 늘릴 여지가 생깁니다.
Q. 빨리 빼면 무릎도 빨리 편해지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급격한 감량 과정에서 대퇴사두근처럼 무릎을 지지하는 근육이 함께 줄면, 하중은 감소해도 관절을 붙잡아주는 힘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감량 속도와 근육량 유지를 함께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 체중만 조절하면 무릎은 괜찮아지나요?
A. 체중은 조정 가능한 요인 중 하나이고, 전부는 아닙니다. 이미 진행된 관절 상태, 보행 습관, 근력이 함께 작용합니다. 체중 조절은 그 조건들을 개선하기 좋은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체중계 숫자는 대개 옷 사이즈나 외형의 문제로 이야기됩니다. 그런데 무릎에게 체중은 매일 수천 번 반복해서 견뎌야 하는 하중입니다. 이 관점으로 바꾸면, 감량은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몇십 년 더 걸어야 할 관절의 조건을 조정하는 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