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이 떨리는데 중풍 전조 아닌가요?
눈꺼풀만 파르르 떨리는 증상은 중풍(뇌졸중)의 전조가 아닙니다. 뇌졸중은 근육이 잘게 떨리는 방식이 아니라, 힘이 빠지고 감각이 무뎌지는 방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눈 밑이나 위 눈꺼풀이 떨리는 것은 대개 안윤근파동증이라 부르는 양성 증상이며,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가라앉습니다.
양산 호랑이부부한의원 정범환 원장입니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 이 글을 직접 씁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며칠째 눈 밑이 떨리는데, 검색해 보니 중풍 전조라고 나와서 잠이 안 옵니다."
뇌졸중은 '떨림'으로 오지 않습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그 부위가 담당하던 기능이 꺼지는 병입니다. 그래서 증상도 '꺼짐'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발음이 어눌해지고, 한쪽 입꼬리가 처지고, 시야 한쪽이 사라집니다.
눈꺼풀 떨림은 정반대입니다. 근육이 못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움직이는 상태입니다.
뇌졸중은 근육이 덜 움직이는 병이고, 눈꺼풀 떨림은 근육이 더 움직이는 증상입니다. 방향 자체가 반대입니다.
눈꺼풀만 떨린다면 안윤근파동증입니다
의학적으로는 안윤근파동증(eyelid myokymia)이라 부릅니다. 눈을 감게 하는 눈둘레근의 일부 운동 단위가 제멋대로 미세하게 방전하면서 생기는 잔물결 같은 수축입니다.
주로 한쪽 아래 눈꺼풀에 나타나고, 거울을 봐도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안과학회가 운영하는 EyeWiki에서도 이 증상을 대개 양성이며 스스로 소실되는 상태로 기술하고, 첫 대응으로 안심시키기와 유발 요인 제거를 제시합니다.
본인은 크게 느끼는데 옆 사람은 알아채지 못한다면, 신경학적 이상보다는 근육의 미세한 과흥분 쪽에 가깝습니다.
그럼 왜 하필 눈꺼풀일까요
국내 자료가 있습니다. 김 등(2021)이 Korean Journal of Health Promotion에 발표한 연구에서 전형적인 안윤근파동을 보인 환자 72명과 대조군 197명을 비교했는데, 두 집단을 유의하게 갈라놓은 요인은 피로감(84.9% 대 69.9%)과 카페인 섭취량이었습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의 사정도 대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마감이 몰렸거나, 밤에 아이를 봤거나, 야간 근무가 이어졌거나, 커피를 평소보다 많이 마신 시기입니다.
눈꺼풀 떨림은 무언가 고장 났다는 신호라기보다, 지금 몸이 지쳐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진료를 받아보셔야 하는 경우
다음에 해당한다면 눈꺼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떨림이 눈꺼풀을 넘어 뺨이나 입꼬리까지 번질 때
눈이 저절로 꽉 감겨 뜨기 힘들 때
몇 주에서 몇 달 이상 멈추지 않고 이어질 때
얼굴 감각 저하, 팔다리 힘 빠짐, 발음 이상, 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이 함께 있을 때
새로운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뒤 생겼을 때
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반측안면경련이나 안검경련이라는 다른 상태일 수 있어, 눈꺼풀 떨림과는 구분해서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눈꺼풀 떨림이 중풍 전조증상인가요?
A. 아닙니다. 뇌졸중은 힘 빠짐, 발음 이상, 한쪽 얼굴 처짐처럼 기능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눈꺼풀 떨림은 근육이 과하게 움직이는 반대 방향의 증상입니다. 다만 떨림이 뺨이나 입꼬리까지 번지거나 팔다리 증상이 함께 있다면 그때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얼마나 지나면 없어지나요?
A. 미국안과학회 EyeWiki에서는 대개 몇 분에서 몇 주 사이에 스스로 가라앉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몇 주를 넘겨 계속된다면 한 번 살펴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Q. 왜 하필 지금 떨리기 시작했을까요?
A. 김 등(2021)의 국내 연구에서 환자군과 대조군을 유의하게 구분한 요인은 피로감과 카페인 섭취량이었습니다. 최근 수면이 부족했거나 커피량이 늘었는지 먼저 돌아보시면 대체로 짐작이 갑니다.
Q. 남들이 볼까 봐 신경 쓰입니다.
A. 본인이 느끼는 크기와 실제로 보이는 정도는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눈꺼풀 안쪽 근육의 미세한 수축이라 대부분 상대방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Q. 병원에 꼭 가야 하나요?
A. 눈꺼풀에만 국한되고 며칠 안에 잦아든다면 급히 검사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위에 적은 신호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그때는 미루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떨림은 진단명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눈꺼풀이 떨릴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검색입니다. 그리고 검색창은 대개 가장 무거운 답부터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증상은 병명을 찾아야 할 문제라기보다, 최근 몇 주간 내 몸이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되짚어봐야 할 문제에 가깝습니다. 겁을 덜어내고 나면 물어볼 질문이 훨씬 분명해집니다.